[칼럼] 일본 NHK 오픈 하우스를 둘러보고

작성자 방송기술저널 -​

 

[방송기술저널=호요성 방송미디어공학회장] 일본 NHK 방송기술연구소에서는 매년 자기들이 연구해 개발한 최신 방송기술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오픈 하우스 행사를 연다. 일본 NHK 방송사는 우리나라의 KBS 방송사와 같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우리보다 훨씬 크다. NHK 방송기술연구소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송에 관련된 기초적인 과학기술을 연구하면서 현안에 대응한 응용기술도 병행해 개발하고 있다.

 

이번 NHK 오픈 하우스에서는 8K UHD TV인 ‘슈퍼 하이비전’, 3D TV에 관련된 ‘입체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 활용 기술’에 중점을 뒀다. 또한, 인간 친화적인 방송을 지향한 ‘스마트 프로덕션’과 방송 기기의 고도화를 향한 ‘차세대 디바이스’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요즘 시대에 맞춰 ‘공공 미디어’로 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작년 NHK 오픈 하우스에서는 8K ‘슈퍼 하이비전’을 중심으로 카메라 장치, 인코더/디코더 하드웨어 장치, 8K-UHD 디스플레이 장치를 전시했는데, 올해 행사에서는 8K-HDR을 지원하는 카메라와 각종 편집 장비를 개발해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시연했다. 이러한 장치들은 최근 MPEG 그룹에서 만든 국제 표준을 따르고 있으며, 이를 하드웨어로 제작해 주는 전문 회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발 앞서 나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도 분발하면 추월할 수 있다는 욕심도 내본다.

 

2010년경에 열린 NHK 오픈 하우스에서 냉장고만한 크기의 카메라 장치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카메라 장치는 1초에 100만 장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였는데, 열이 너무 많이 나서인지 얼음통을 붙여 냉각시키느라 그렇게 큰 덩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이 카메라를 이용해 물을 가득 채운 풍선을 바늘로 터뜨리는 장면을 직접 찍어서 천천히 보여주었다. 순간적으로 물방울이 엉기었다가 퍼지는 모습을 난생처음 보았는데, 참으로 아름다웠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당시 나는 1초에 60~240장의 영상을 촬영하면 방송용 카메라로서 충분할 텐데 무슨 목적으로 1초에 100만 장씩이나 찍으려고 하는지 의아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런 정치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정밀하고 정확한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다음 해 열린 NHK 오픈 하우스에서는 거의 비슷한 기능을 가지는 초고속카메라를 보여 줬는데, 그 모양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방송용 카메라 크기로 작아져서 옥외에서도 휴대하면서 사용할 정도로 개량됐다. 윙 소리를 내며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인다는 벌새의 날갯짓을 찍어서 아주 천천히 펄럭이는 날개 모습을 보여 줬다. 기초과학을 이용한 대단한 발명이며, 실용성을 고려한 지속적인 진보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방송에 관련된 기초과학 연구를 포함해 전문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장치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인 IEEE에서 수여하는 마일스톤(milestone) 상은 전자 및 전기 분야에 적어도 25년 전에 실행했던 중요한 국제적 기술 성취를 높이 기리는 상이다. NHK 방송기술연구소에서는 2011년에 직접 위성방송 서비스로 IEEE 마일스톤 상을 받았으며, 최근에 하이비전 및 긴급 경고 방송 시스템으로 IEEE 마일스톤 상을 받았다.

 

NHK 방송사는 1966년부터 방송위성과 가정용 수신기의 요소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1984년에 세계 최초의 직접 위성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산지나 섬마을과 같이 송수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을 포함한 일본 전역에서 TV 방송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이는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위성방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964년에는 높은 화질의 TV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를 시작했고, 시각과 실재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포함한 정신물리학적 실험부터 시스템 개발까지 넓은 범위의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1989년엔 16:9의 영상 비와 1,125개 주사선의 방송 표준에 기초한 세계 최초의 하이비전 시험 방송을 시작했으며, 2000년에 세계 스튜디오 통합 표준으로 선정된 1,125개의 주사선 시스템과 함께 하이비전 기술은 세계로 확산됐다. 1985년에는 자동으로 TV나 라디오를 켜서 많은 사람에게 큰 규모의 지진이나 해일 정보를 제공하는 긴급 경고 방송을 개발했다. 긴급 경고 방송은 디지털 TV의 표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국제 위성과 지상파 방송의 기술 표준 내에서 통합됐다. 오늘날에도 이 시스템은 재난방송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과거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일본의 것을 무조건 배척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좋은 점을 배워서 우리의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 학회에서는 학회 이름을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로 변경해 연구 범위를 넓히고 회원 수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으며, 일본 ITE 학회와 연계해 많은 분야의 기술 교류를 꾀하고 있다.

 

출처 : http://journal.kobeta.com/%ec%b9%bc%eb%9f%bc-nhk-%ec%98%a4%ed%94%88%ed%95%98%ec%9a%b0%ec%8a%a4-%ed%98%b8%ec%9a%94%ec%84%b1/